그래서 대체 뭘 올리지 — 벽에 부딪힌 날, AI에게 물어봤어요-인스타 (4)
계정을 만들고, 메뉴를 익히고, 카드도 릴스도 만들 줄 알게 됐어요. 진짜 신기한 거 있죠? "어, 이게 되네?" 그 느낌으로 막 이것저것 올려봤어요.
그런데 몇 개 올리고 나니까, 그다음엔 올릴 게 없는 거예요. 벽에 딱 부딪혔어요.
뭘 올릴지 이미 정해져 있는 분들이 그렇게 부럽더라고요. 뭐랄까… 행운 같은 거죠. 저는 "뭐에 관해 올리지? 조회수 잘 나오는 걸 찾아달라고 해야 하나?" 이러면서 한참을 헤맸어요. 버튼 누르는 법은 며칠이면 익혔는데, "그래서 뭘 올리지?"는 그것보다 훨씬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AI에게 물어봤어요. 글도 쓰고 릴스도 올리고 싶은데, 대체 뭘 올려야 하냐고. 돌아온 답은 뜻밖에 단순했어요. 세 가지만 정하면 된다고요.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먼저 누구에게 올릴 건지 정하세요"
제가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어요" 했더니, 이러더라고요. "그게 함정이에요. 모두를 향해 올리면, 오히려 아무에게도 안 닿아요."

이유가 있대요. 인스타는 이 계정이 누구한테 쓸모 있는지를 스스로 익혀서 보여줄 사람을 골라주는데, 올리는 게 이랬다저랬다 하면 인스타도 헷갈려서 누구한테 보여줄지 못 정한다는 거예요. 그러면 결국 아무한테도 안 보여준다고요.
그러니 한 사람을 정하래요. 진짜 딱 한 명을요. "수학을 어려워하는 사람" 말고, "대학 미적분에서 막혀 밤에 검색하는 공대 1학년"처럼 얼굴이 그려질 만큼요. 제가 "그럼 너무 좁아지는 거 아니에요?" 했더니 이러더라고요. "반대예요. 한 사람한테 정확히 말한 글이 오히려 더 많은 사람한테 닿아요. 뭉뚱그린 글은 아무도 자기 얘기라고 안 느끼거든요."
여기서 제가 좀 뜨끔했어요. "그럼 제가 지금까지 올린 건 다 잘못한 건가요?" 싶었거든요. 그런데 AI가 이러더라고요. "그렇지 않아요. 이미 한 방향으로 모으고 있다면, 방향이 틀린 게 아니라 초점만 덜 조여진 거예요." 뭔가를 오래 해온 사람은 '이런 이야기에 사람들이 눈을 반짝인다'를 몸으로 알아서, 얼굴을 정하지 않았어도 자연스럽게 한 결로 모으고 있대요. 그러니 지금 올린 걸 갈아엎을 게 아니라, 그 흐릿한 얼굴을 조금 더 또렷하게 그리면 된다고요. 같은 걸 올려도 훨씬 세게 꽂힌다면서요. 그 말에 마음이 놓였어요.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게 아니라, 하던 걸 조이는 거구나 싶어서요.
"무엇을 올릴지는, 그다음 저절로 풀려요"
한 사람이 정해지면 무엇을 올릴지는 반쯤 저절로 정해진대요. 두 개가 겹치는 자리를 찾으면 된다고요. 그 사람이 궁금해하는 것, 그리고 내가 잘 아는 것.
내가 아무리 잘 알아도 그 사람이 안 궁금하면 안 보고, 반대로 그 사람이 궁금해도 내가 대충 아는 거면 금방 밑천이 드러난대요. 이 둘이 겹치는 자리, 거기에 내가 오래 해온 게 있다면 그게 제일 강하다고요. 남들이 흉내 못 내는 자리니까요.
이 말이 저한테는 제일 컸어요. "완벽하게 정리된 것만 올리려고 하지 마세요. '이건 다들 알겠지' 싶은 것도, 그 한 사람한테는 처음일 수 있어요." 내가 당연하게 여기는 게 남에겐 새로운 것 — 거기에 올릴 게 정말 많다는 거예요. 올릴 게 없다던 제 벽이, 사실은 착각이었던 거죠.
"어떻게는, 세 가지만 기억하세요"
마지막으로 어떻게 올리냐고 물었더니, 딱 세 가지래요.
하나, 한 번 만들어 여러 형태로. 같은 이야기를 카드로도, 릴스로도, 짧은 글로도 만들 수 있대요. 만드는 건 한 번인데 닿는 자리는 여러 곳이 되는 거죠.
둘, 첫 줄로 잡으래요. 사람들은 3초 안에 넘길지 말지 정하니까, 제일 궁금한 한마디를 맨 앞에 두라고요. 설명은 그다음이고요.
셋, 꾸준히. 이게 제일 어렵고 제일 중요하대요. 완벽한 글 하나보다 그럭저럭한 글 열 개가 계정을 키운다고, 인스타는 꾸준한 계정을 좋아한다고요.
벽 앞에서 돌아보니
정리하면 이래요. 한 사람을 정하고, 그 사람이 궁금해하면서 내가 잘 아는 걸 올리고, 한 번 만들어 여러 형태로 꾸준히.
마지막에 이런 말도 해주더라고요. "완벽한 계획을 다 세우고 시작하는 사람은 없어요. 올리다 보면 '아, 이런 게 반응이 좋구나' 하고 알게 되고, 그러면서 방향이 잡혀요."
그 말 듣고 마음이 좀 놓였어요. 지금 답이 안 나와도 괜찮은 거구나. 일단 그 한 사람을 떠올리는 것, 저는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해보려고요.
그러고 보니 좀 웃기죠. 뭘 올릴지 막막해서 AI한테 물어본 이 이야기가, 결국 오늘 올릴 한 편이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