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시대에 우리 함께 가자

순환하는 돈, 사상 최대의 이익

world1000 2026. 10. 20. 18:14
순환하는 돈, 사상 최대의 이익

AI · 반도체 칼럼

순환하는 돈,
사상 최대의 이익

인공지능 투자 사이클의 정점에서 거품 경고와 균열, 그리고 한국 메모리의 사상 최대 실적이 같은 주에 겹쳤다. 세 신호는 하나의 구조가 보여주는 서로 다른 얼굴이다.

한 주 사이에 겹친 세 신호

지난 한 주, 인공지능 산업을 둘러싸고 성격이 전혀 다른 세 소식이 거의 동시에 들려왔다. 하나는 경고였고, 하나는 균열이었으며, 나머지 하나는 축포였다. 셋은 따로 떨어진 사건이 아니라, 같은 하나의 거대한 사이클이 보여주는 서로 다른 단면이다.

경고

국제통화기금

금융시장이 인공지능발 조정에 점점 더 크게 노출되었다고 진단. 쏠림, 과도한 차입, 그리고 '순환출자'를 위험 요인으로 명시.

10월 13일
균열

마이크로소프트

영국 에식스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철수. 전력·송전망 연결이 2030년대까지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이 이유로 거론.

10월 18일
축포

한국 메모리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대 첫 돌파(잠정). 에스케이하이닉스는 28일 사상 최대 전망의 3분기 실적 발표.

10월 8 · 28일

경고는 국제통화기금에서 나왔다. 10월 13일 발표된 금융안정보고서는 인공지능 투자가 투자자들의 기대만큼 이익을 내지 못할 경우 호황이 빠르게 불황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진단하였다. 특히 소수 기업으로의 쏠림, 기술기업들의 막대한 차입, 그리고 인공지능 기업들이 서로의 투자자이자 자금 공급자이자 고객 노릇을 동시에 하는 이른바 순환출자 구조를 위험 요인으로 명시적으로 지목하였다. 임박한 붕괴를 예측한 것은 아니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국제기구가 특정 산업을 콕 집어 체계적 위험의 진원지로 거론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균열은 영국에서 드러났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0월 18일, 영국 에식스에 짓기로 했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발을 뺀 것으로 전해졌다. 전력 공급과 송전망 연결이 2030년대까지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 이유로 거론되었다. 인공지능 투자의 가장 큰 병목이 더 이상 반도체가 아니라 '전기와 땅'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리고 축포는 한국에서 울릴 참이다. 삼성전자는 10월 8일 3분기 잠정 실적을 통해 국내 기업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대를 넘어섰다고 알렸고, 에스케이하이닉스는 10월 28일 3분기 확정 실적을 내놓는다. 증권가 평균 전망치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다. 두 회사의 질주를 떠받치는 것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인공지능 가속기에 들어가는 고대역폭 메모리, 곧 에이치비엠이다.

한쪽 끝에서 거품 논쟁이 격화되는 동안, 그 사이클의 가장 밑단에서 부품을 대는 한국 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이익을 거두고 있다.

순환하는 돈이란 무엇인가

'순환출자'라는 말은 낯설지만 구조는 의외로 단순하다. 쉽게 풀면 이렇다. 반도체를 파는 회사가, 그 반도체를 사 갈 회사에 먼저 돈을 넣어 주고, 그 회사가 그 돈으로 다시 자기 반도체를 사게 만드는 구조다. 돈이 바깥의 새로운 고객에게서 흘러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몇몇 회사 사이를 빙글빙글 도는 셈이다.

돈이 도는 길 — 순환출자의 뼈대

엔비디아 칩·시스템 공급 오픈에이아이 데이터센터 구축 ① 최대 1000억 달러 투자 ② 10GW 규모 시스템 구매 돈이 바깥이 아니라 두 회사 사이를 순환한다
2025년 9월 공개된 엔비디아–오픈에이아이 거래의 뼈대. 투자(①)가 다시 매출(②)로 돌아 나온다.

지난 1년간 체결된 거래들을 늘어놓으면 이 고리가 선명해진다. 엔비디아는 2025년 9월 오픈에이아이에 최대 10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였고, 오픈에이아이는 그 대가로 엔비디아 시스템을 써서 최소 10기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하였다. 한 달 뒤 경쟁 칩 기업 에이엠디도 오픈에이아이와 6기가와트 공급 계약을 맺으며, 오픈에이아이에 자사 주식 최대 1억6000만 주를 살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넘겼다. 칩을 파는 쪽이 사는 쪽의 지분까지 쥐여 준 것이다.

지난 1년의 거래들 — 투자·매출·지분이 한 묶음으로

엔비디아 → 오픈에이아이 최대 1000억 달러 · 10GW · 2025.9 에이엠디 → 오픈에이아이 6GW · 주식 1.6억주 신주인수권 · 2025.10 오픈에이아이 ↔ 오라클 5년 3000억 달러대 클라우드 · 2025 엔비디아·MS → 앤트로픽 각 최대 100억·50억 달러 투자 · 2025.11 구글 → 앤트로픽 자사 칩 최대 100만 개 공급 · 2025.10 MS, 영국 에식스 사업 철수 전력·송전망 지연 · 2026.10
투자·매출·지분이 한 묶음으로 거래된다. 가장 아래, 2026년 10월의 철수 신호가 사이클의 균열을 보여준다.

이 구조가 왜 논쟁을 부르는가. 긍정적으로 보면 자본과 생산능력을 가진 기업들이 폭발하는 수요에 맞춰 공급을 미리 확보하는 합리적 분업이다. 그러나 비판하는 쪽의 논리는 이렇다. 매출의 상당 부분이 '내가 투자한 돈이 돌아 나온 것'이라면 그 매출은 바깥 세계의 진짜 수요를 증명하지 못한다. 한 고리가 흔들리면 투자·매출·지분이 한꺼번에 무너지며 충격이 서로에게 전염된다. 국제통화기금이 짚은 '전염 위험'이 바로 이 지점이다.

한국 메모리의 두 얼굴

여기서 한국의 위치가 미묘해진다. 위 거래의 대부분은 결국 '데이터센터를 더 짓겠다'는 약속이며, 데이터센터의 핵심 부품이 바로 에이치비엠이다. 이 시장은 사실상 에스케이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 세 회사가 과점한다. 즉 한국 메모리 기업은 이 거대한 투자 사이클에서 돈이 실제로 흘러 들어가 부품으로 바뀌는 최종 종착지에 서 있는, 가장 직접적인 수혜자다.

에스케이하이닉스 분기 영업이익률 추이

80% 40% 58.4% 25년 4Q 71.5% 26년 1Q 76.3% 26년 2Q ~78% 26년 3Q (증권가 전망)
제조업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이익률이다. 3분기 전망치는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 기준이며 확정치는 10월 28일 공개된다.

그러나 수혜의 크기와 노출의 크기는 동전의 양면이다. 이익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이익이 특정 수요에 집중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약 순환출자 고리의 어느 지점에서 투자 속도가 꺾이거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에식스 철수처럼 전력·부지 병목으로 데이터센터 완공이 늦춰진다면, 주문의 상당 부분이 뒤로 밀리거나 취소될 수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떠받치는 바로 그 구조가, 조정이 올 때는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이기도 한 것이다. 한국 증시에서 반도체 두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이는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지수 전체의 문제로 번진다.

거품인가 아닌가라는 질문을 넘어서

그렇다면 지금은 거품인가. 필자는 '거품이냐 아니냐'라는 이분법이 오히려 판단을 흐린다고 본다. 더 유용한 질문은 두 가지다. 첫째, 지금의 투자 가운데 얼마가 바깥에서 들어온 진짜 수요이고 얼마가 고리 안을 도는 돈인가. 둘째, 설령 일부가 금융공학이라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실제로 세워지는 데이터센터와 그 안에 꽂히는 메모리는 사라지지 않는 실물이라는 점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이 두 질문에 비추어 보면, 인공지능 투자가 전부 허상이라는 주장도 조정은 결코 없다는 주장도 모두 성급하다. 분명한 사실은 수요의 상당 부분이 실재하며 한국 기업이 그 실물의 공급자라는 것, 그리고 동시에 그 수요의 일부가 소수 기업 사이를 순환하는 자금 위에 얹혀 있어 심리가 꺾이면 빠르게 되돌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이 붕괴를 예언하지 않으면서도 굳이 경고한 이유,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격적 확장의 한복판에서 한 사업을 접은 이유가 모두 이 양면성 안에 있다.

사상 최대의 숫자가 발표되는 바로 그 순간이, 역설적으로 가장 냉정해져야 할 때다.

한국 산업의 과제는 거품의 향방을 맞히는 데 있지 않다. 과점 공급자라는 드문 지위가 주는 협상력을 활용하되, 한 사이클의 정점에서 나온 이익률을 영구적 기준선으로 착각하지 않는 것, 그리고 전력·소재·후공정 같은 다음 병목에 대비하는 것에 있다.

이 글은 사실과 해석을 구분해 작성하였으며, 특정 종목의 매수나 매도를 권하지 않는다. 투자 판단과 그 책임은 전적으로 본인에게 있다.

참고한 출처

  • 국제통화기금 금융안정보고서 관련 보도 — The Register, 2026.10.13 theregister.com
  • 마이크로소프트의 엔스케이 에식스 데이터센터 철수 — ITPro itpro.com · Reuters(Investing.com) investing.com
  • 인공지능 인프라 순환 거래 목록 — Fierce Network, Encyclopedia of AI deals fierce-network.com
  • 엔비디아·에이엠디–오픈에이아이 거래 — Bloomberg(2025.10.07) bloomberg.com · CNBC(2025.10.06) cnbc.com
  • 에스케이하이닉스·삼성전자 3분기 실적 전망·발표 일정·에이치비엠4 — 파이낸셜뉴스, 2026.10.18 fnnews.com
  • 에스케이하이닉스 3분기 실적 발표일(10.28) — 헤럴드경제 biz.heraldcorp.com
AI·기술 칼럼 아카이브 · 2026년 10월 20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