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이 프롬프트 전문가가 되어야 할까
얼마 전 유튜브에서 어떤 교수가 이런 취지의 말을 했다. AI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세 가지를 열심히 해보라고. 프롬프트를 만들어서 글을 쓰고, MCP를 만들어 보고, 또 하나는 — 솔직히 말하면 나도 세 번째가 기억이 안 난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불편했다.
하나만 해봐도 시간이 걸린다
프롬프트를 "잘" 쓰는 일이 얼마나 손이 가는지, 직접 해본 사람은 안다. 목적을 정의하고, 맥락을 정리하고, 출력 형식을 설계하고, 돌려보고, 고치고, 기록하고. 한 번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반복 설계이다. 거기에 MCP까지? 그건 개발자 영역에 가까운 일이다.
교수가 강연장에서 "세 가지를 해보라"고 말하는 건 쉽다. 하지만 듣는 사람 대부분은 첫 번째 하나도 제대로 끝내기 전에 지친다. "다 해봐야 한다"는 말은 방향 제시가 아니라 부담이 된다.
물론 그 말의 본뜻은 "감을 잡아 두라"는 정도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교수라는 권위가 붙은 말은 "해보면 좋겠다"로 남지 않는다. "안 하면 뒤처진다"로 바뀐다. 그리고 그 불안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불안이 만들어 낸 풍경
요즘 주변을 보면 이런 흐름이 보인다.
"AI로 매일 블로그 글을 쓰면 수익이 생긴다." "프롬프트만 잘 쓰면 누구나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 "나만의 GPT를 만들어서 팔아라." 이런 말들이 강의가 되고, 커뮤니티가 되고, 유료 과정이 된다.
그래서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가? 자기가 직접 경험하지 않은 주제에 대해 AI에게 글을 쓰게 한다. 남의 경험을 검색하고, AI로 재가공하고, 그럴듯한 양념을 쳐서 블로그에 올린다. 매일. 하루에 두세 개씩.
그런데 그건 글쓰기가 아니다. 복사에 양념을 치는 일이다.
그렇게 만든 글이 1,000개 쌓여도 그 사람의 전문성은 한 치도 늘지 않는다. AI가 대신 써준 글에서 자기 생각은 어디에 있는가. 자기 경험은 어디에 있는가. 그 글을 지우면 뭐가 남는가.
"다 해야 한다"가 아니라 "자기 걸 해야 한다"
내가 불편한 건 AI 자체가 아니다. AI는 좋은 도구이다. 나도 매일 쓴다.
불편한 건 순서가 뒤집힌 조언이다.
"프롬프트를 배워라, MCP를 만들어라, 매일 글을 써라." 이 말은 AI를 잘 다루는 사람이 되라는 뜻이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건 그게 아니다. 자기가 잘하는 것을 AI로 더 잘하게 만드는 것이 먼저이다.
요리를 잘하는 사람은 AI로 레시피를 정리하면 된다. 상담을 잘하는 사람은 AI로 사례를 분석하면 된다. 가르치는 일을 잘하는 사람은 AI로 교재를 다듬으면 된다. 순서가 이래야 한다. 먼저 자기 것이 있고, AI는 그것을 돕는 도구이다.
그런데 지금 퍼지는 말은 거꾸로이다. 자기 것이 없어도 AI가 채워 줄 수 있다는 뉘앙스이다. 프롬프트만 잘 쓰면 전문가가 아니어도 전문가처럼 보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건 가능할 수도 있다. 잠깐은. 하지만 오래가지 않는다.
적당히 즐기면 안 되는 걸까
나는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
모든 사람이 프롬프트 전문가가 되어야 할까? 모든 사람이 MCP를 만들어야 할까? 모든 사람이 매일 AI로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려야 할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AI가 궁금하면 써보면 된다. 재미있으면 더 파보면 된다. 자기 일에 도움이 되면 계속 쓰면 된다. 하지만 "이걸 안 하면 뒤처진다"는 불안에 떠밀려서, 자기 것이 아닌 일을 억지로 매일 하는 건 다른 이야기이다.
자기가 할 수 있는 걸 해보면서, 적당히 즐기면서 하면 안 되는 걸까?
혹시 내가 두려운 건 아닌지
이 글을 쓰면서 스스로에게도 물었다. 나는 AI를 가르치고, 프롬프트를 설계하고, 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혹시 사람들이 다 배워서 나를 뛰어넘을까 봐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닌지.
솔직히, 그건 아니다.
오히려 반대이다. 사람들이 AI를 잘 쓰게 되면 좋겠다. 다만 자기 것 위에 AI를 올리는 순서로 잘 쓰면 좋겠다. 남의 글을 AI로 재가공해서 매일 올리는 게 "AI를 잘 쓰는 것"이라고 불리는 현실이 싫을 뿐이다.
한 줄로 남기자면
AI 시대에 정말 중요한 건 프롬프트를 잘 쓰는 것도, MCP를 만드는 것도 아니다. 자기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그게 있는 사람은 AI가 도구가 되고, 그게 없는 사람은 AI가 전부가 된다.
전부가 도구인 사람은 도구가 바뀌면 다시 처음부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