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의 '숨은 쌀알' MLCC·기판 대해부 ②
이 글의 한 줄 요약 1편에서 MLCC와 기판이 왜 '제2의 HBM'으로 불리는지 확인했다면, 2편은 '그래서 어떤 회사를 봐야 하는가'입니다. 밸류체인을 ①MLCC ②반도체 기판(FCBGA·패키지) ③낙수 수혜 소부장의 세 갈래로 나눠, 삼성전기부터 대덕전자·LG이노텍까지 대표 업체를 하나씩 뜯어봅니다.
1편에서 우리는 AI 서버가 MLCC와 기판을 '더 많이, 더 비싸게' 빨아들이며 이 시장이 슈퍼사이클에 들어서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입니다. "그래서 어디에 올라탈 것인가." 화장품 편에서 밸류체인을 층으로 나눠 봤듯, 이번에도 같은 방법으로 지도를 그려 보겠습니다. (아래 실적 수치 중 일부는 증권사 추정치이며, 확정치는 각 사 공시와 최신 리포트로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1층. MLCC — '쌀알 반도체'를 만드는 소수의 강자
전 세계에서 고신뢰성 AI용 MLCC를 제대로 만드는 곳은 손에 꼽습니다. 진입 장벽이 높다는 것은, 시장이 커질 때 그 과실을 소수가 나눠 갖는다는 뜻입니다.
삼성전기 (009150) — AI MLCC의 국가대표 이 산업의 중심 종목입니다. 2026년 2분기 매출은 약 3조3,000억 원, 영업이익은 약 4,015억 원으로 추정되며, 영업이익률이 약 12%로 4년 만에 두 자릿수를 회복했습니다. MLCC를 담당하는 컴포넌트 부문과 기판을 담당하는 패키지솔루션 부문이 함께 살아난 결과입니다. 글로벌 MLCC 시장 점유율은 약 25%지만, AI 서버용 시장에서는 40% 이상으로 선두권을 지키고 있습니다. 앞서 본 4,540억 원짜리 장기 공급계약이 그 위상을 상징합니다.
성장의 다음 단계는 3분기부터입니다. 차세대 GPU(GB300) 전환 마무리, 엔비디아 루빈 양산, 9월 아이폰 출시가 겹치며 가격 인상에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이에 증권가 목표주가도 잇따라 상향됐고, 일부는 300만 원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삼성전기는 역사적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아온 종목이라, 실적이 추정치를 채워가며 밸류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삼화콘덴서 (001820) — 삼성전기를 빼면 국내 유일의 MLCC 양산주 삼성전기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MLCC를 제대로 양산·공급하는 사실상 유일한 기업입니다. 그만큼 'K-MLCC의 2번 타자'로 불리며, AI 서버뿐 아니라 전기차·자율주행 등 전장(자동차 전자장치) 수요의 대표 수혜주로 함께 묶입니다. 삼성전기가 최고 사양 시장을 지키는 동안, 그 아래 넓어지는 수요를 받아내는 자리에 있습니다.
아모텍 (052710) — 통신·서버용 고주파 MLCC 특화 통신기기와 서버에 쓰이는 고주파 MLCC에 특화된 회사입니다. 범용 MLCC와는 결이 다른 틈새를 파고들어, AI 서버·통신 인프라 투자가 늘수록 별도의 수요 축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대주전자재료 (078600) — MLCC를 '통하게' 하는 소재주 MLCC를 직접 만드는 회사는 아니지만, MLCC에 전기가 흐르도록 하는 핵심 소재인 전도성 페이스트를 삼성전기에 공급합니다. 완성품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가는 재료를 대는 '소재 수혜주'로, MLCC 생산이 늘수록 함께 커지는 구조입니다. (대주전자재료는 이차전지 실리콘 음극재로도 주목받는 회사라, 화장품 ODM처럼 '한 회사, 두 이야기'를 가진 종목이기도 합니다.)
무라타(일본, 비상장 벤치마크) — 넘어야 할 세계 1위 투자 대상은 아니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이름입니다. MLCC 세계 1위이자 이익률(20% 초반)에서 삼성전기를 앞섭니다. GPU 근처에 쓰는 저전압·초소형 MLCC를 삼성전기와 사실상 둘이서만 공급합니다. 삼성전기의 '캐치업(추격) 스토리'를 가늠하는 잣대가 바로 무라타와의 격차입니다. 한때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1·2위 다툼을 지켜봤듯, MLCC에서도 삼성전기가 무라타를 얼마나 따라잡느냐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한 가지 구분 MLCC와 이름이 비슷해 헷갈리기 쉬운 회사들이 있습니다. 삼영전자·삼화전기는 알루미늄 '전해콘덴서'를 만드는 곳으로, 세라믹을 쌓아 만드는 MLCC와는 재료도 시장도 다른 별개의 부품입니다. MLCC 순수주로 볼 이름은 삼성전기·삼화콘덴서·아모텍이라는 점을 기억해두면 좋습니다.
2층. 반도체 기판(FCBGA·패키지) — 칩을 잇는 '다리'의 부활

칩이 커지고 복잡해질수록 그것을 얹는 기판도 더 크고 정교해져야 합니다. 오랜 불황을 지나온 기판 업계가 AI를 만나 다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삼성전기 (009150) — MLCC와 기판을 동시에 앞서 본 삼성전기는 MLCC(컴포넌트)뿐 아니라 FCBGA 등 고급 기판(패키지솔루션)에서도 상위권입니다. 두 축이 동시에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 이 회사의 매력이자, MLCC·기판 슈퍼사이클을 한 종목으로 아우르는 이유입니다.
대덕전자 (353200) — 기판 슈퍼사이클의 순수 플레이 기판에 집중된 대표 종목입니다. 오랜 적자에 시달리던 FCBGA 사업이 흑자로 돌아서 '역대 최고 이익'을 바라보는 국면으로 평가받으며, AI 기판에 8,000억 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특히 메모리를 얹는 패키지 기판 쇼티지의 최전선에 서 있어,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어질수록 직접적인 수혜가 기대됩니다.
LG이노텍 (011070) — 광학의 강자, 기판의 후발주자 본업은 아이폰 카메라모듈(광학)이지만, FCBGA 기판에도 뛰어든 후발주자입니다. 2024년 양산을 시작해 아직 선두와 격차가 있으나, 업계 전체가 2027년까지 남는 생산능력이 거의 없을 만큼 빡빡해서 후발주자에게도 서버급 시장 진입의 문이 열리고 있습니다. 광학 사업의 저평가가 오히려 기판 성장에 대한 기대를 덜 반영하게 만든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심택 (또 하나의 기판 플레이어) BT 기판(메모리·FC CSP용) 등을 공급하는 중소형 기판주로, 대형사의 낙수 효과를 받는 자리에 있습니다.
참고 해외에는 일본 이비덴, 대만 유니마이크론 같은 강력한 경쟁사가 있습니다. 이들이 100배 안팎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다는 점은, 우리 기판주가 재평가받을 여지가 있다는 근거로도 자주 인용됩니다.
그리고 그다음 — '유리기판(글라스 기판)'이라는 차세대 전쟁 지금 쓰는 기판(FCBGA)은 플라스틱 계열 소재를 씁니다. 그 한계를 넘어 유리를 기판으로 쓰려는 시도가 바로 '유리기판'이며, 더 얇고 평평하고 전기 신호가 빠르다는 장점으로 'AI 반도체 패키징의 판을 바꿀 후보'로 주목받습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기(FCBGA 기반 도전)와 SKC(자회사 앱솔릭스가 미국에서 세계 최초 양산에 근접), 그리고 장비·공정의 필옵틱스·켐트로닉스·아바텍·HB테크놀러지 등이 밸류체인을 이룹니다. 다만 이 주제는 아직 '양산 초입'이라 기대와 위험이 함께 큰 별도의 전쟁터입니다. 그래서 이번 편에서는 이름만 걸어두고, 다음 3편에서 유리기판만 따로 떼어 깊이 다루겠습니다.
3층. 낙수 수혜와 '바스켓 매매'
가장 하이엔드인 FCBGA는 삼성전기·이비덴·유니마이크론 같은 소수가 케파를 꽉 채우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만들기 쉬운 메모리 기판·FC CSP 쪽으로 주문이 흘러넘치고, 이 낙수를 대덕전자·심택·LG이노텍 같은 회사들이 받습니다.
그래서 김민경 위원이 제안한 전략이 '기판 바스켓 매매'입니다. 어느 한 종목을 콕 집기보다, 삼성전기·대덕전자·심택·LG이노텍처럼 함께 좋아질 종목들을 묶어서 접근하는 방식입니다. 히트 종목 하나를 맞히기 어려운 대신 산업 전체가 커진다고 볼 때, 화장품에서 ODM을 축으로 삼았던 것과 같은 발상입니다.
종합 — 그래서 개인 투자자는 어떻게 접근할까
지도를 한 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MLCC와 기판을 한 종목으로 아우르고 싶다면 삼성전기가 중심축입니다. 기판 사이클에 더 순수하게 베팅하고 싶다면 대덕전자, 광학의 저평가와 기판 성장을 함께 노린다면 LG이노텍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종목의 부침이 부담스럽다면 이들을 묶는 '바스켓' 방식이 대안이 됩니다.
제 생각을 얹자면, 이 산업의 매력은 'AI가 커지면 반드시 더 필요해지는 부품'이라는 필연성에 있습니다. GPU가 아무리 좋아져도 쌀알 같은 MLCC와 다리 같은 기판이 없으면 서버는 돌지 않습니다. 다만 이미 시장이 이 스토리를 상당히 알고 있어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만큼, 좋은 산업이라는 확신과 좋은 매수 가격은 별개라는 점을 늘 구분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처럼 시장 전체가 급락해 좋은 회사의 주가까지 함께 눌리는 국면을, 서두르기보다 '공부의 기회'로 삼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오늘 반도체 급락에 삼성전기까지 흔들려 마음이 무거우셨을 텐데, 그 흔들림의 상당 부분은 회사의 실력이 아니라 시장의 심리와 레버리지가 만든 것이었습니다. 사흘의 휴장이, 이런 부품 산업의 진짜 체력을 차분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미리 공부해둔 것들은, 시장이 다시 방향을 잡을 때 조용히 우리 편이 되어 줍니다.
2편 핵심 3줄 정리
- MLCC와 기판을 한 종목으로 아우르는 중심축은 삼성전기(2분기 영업이익률 4년 만에 두 자릿수, AI 서버용 MLCC 점유율 40%+)이며, 국내 MLCC는 삼화콘덴서(사실상 유일한 양산 2위)·아모텍(고주파 특화)·대주전자재료(소재)로 넓혀 볼 수 있습니다.
- 기판 사이클의 순수 플레이는 대덕전자(FCBGA 흑자전환·8,000억 투자), 광학+기판의 결합은 LG이노텍이며, 심택 등 중소형주가 낙수 효과를 받습니다.
- 한 종목의 변동성이 부담스럽다면 삼성전기·대덕전자·심택·LG이노텍을 묶는 '바스켓' 접근이 대안이지만, 높아진 밸류에이션과 부동의 1위 무라타는 늘 유념해야 합니다.
오늘의 용어 정리
- 컴포넌트 / 패키지솔루션: 삼성전기의 사업부 이름. 컴포넌트는 MLCC 중심, 패키지솔루션은 FCBGA 등 기판 중심입니다.
- 캐치업(추격): 후발주자가 선두와의 기술·점유율 격차를 좁히는 것. 삼성전기가 무라타를 따라잡는 과정이 대표적입니다.
- 바스켓 매매: 한 종목이 아니라 같은 테마의 여러 종목을 묶어 함께 사는 방식. 개별 종목 리스크를 분산합니다.
- 디레이팅: 실적과 무관하게 주가의 밸류에이션(멀티플)이 낮게 매겨지는 것. 반대는 리레이팅입니다.
- 전해콘덴서 vs MLCC: 둘 다 전기를 저장하는 콘덴서지만, 전해콘덴서(삼영전자·삼화전기)는 알루미늄 계열로 크고, MLCC(삼성전기·삼화콘덴서)는 세라믹을 쌓아 만든 초소형입니다. AI 서버 슈퍼사이클의 주인공은 MLCC입니다.
- 유리기판(글라스 기판): 지금의 플라스틱 계열 기판(FCBGA)을 대체할 차세대 기판. 아바텍·켐트로닉스 등이 여기 속하며, 3편에서 따로 다룹니다.
참고 자료
- ZDNet 코리아 「삼성전기, 4년 만에 영업이익률 두 자릿수…기판·MLCC 수익↑」
- 비즈워치 「빅테크가 찍은 삼성전기…AI 서버용 MLCC 4540억 잭팟」
- 디일렉 「대덕전자, AI 기판에 8000억 이상 투입」
- 데일리인베스트 「대덕전자, FC-BGA 흑자전환 넘어 '역대 최고 이익' 향해 갈까」
- 유튜브: 재생목록(더블업) — 하나증권 김민경 위원 편(2026년 7월 16일)
이 글은 산업을 이해하기 위한 공부용 해설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특히 개별 종목의 실적 수치는 증권사 추정치로, 실제 발표치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