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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의 '숨은 쌀알' MLCC·기판 대해부 ③ — 판을 바꾼다는 '유리기판', 지금 어디까지 왔나

world1000 2026. 7. 19. 06:05

이 글의 한 줄 요약 2편 끝에서 이름만 걸어둔 '유리기판(글라스 기판)'을 이번 3편에서 깊이 다룹니다. 지금 쓰는 플라스틱 계열 기판(FCBGA)의 한계를 넘어설 차세대 후보로, 인텔·삼성전기·SKC가 주도권을 다투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양산 직전'의 초입 단계라 기대와 위험이 함께 큰, 성격이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안녕하세요. 앞서 MLCC와 반도체 기판 편에서, AI 서버가 부품을 '더 많이, 더 비싸게' 빨아들이며 슈퍼사이클을 만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기판 이야기의 '그다음'이 바로 오늘의 주제, 유리기판입니다.

한 가지 미리 밝혀둘 것이 있습니다. 앞선 화장품·MLCC 편이 이미 '실적이 나오는' 산업이었다면, 유리기판은 아직 '실적이 나오기 직전'의 산업입니다. 그래서 이번 글은 '어떤 종목을 사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 판이 어떻게 짜이는지 미리 이해해두자'는 공부에 더 가깝습니다. 기대가 큰 만큼 위험도 크다는 점을, 글 곳곳에서 함께 말씀드리겠습니다.


① 유리기판이 뭔가요? — 플라스틱 도마를 유리 도마로 바꾸는 일

반도체 칩은 혼자서는 메인보드에 붙을 수 없습니다. 칩과 기판을 이어주는 '받침대'가 필요한데, 지금은 그 받침대를 플라스틱 계열 소재(유기 기판, FCBGA)로 만듭니다. 유리기판은 이 받침대의 재료를 플라스틱에서 유리로 바꾸는 시도입니다.

쉽게 말하면 지금까지는 울퉁불퉁하고 잘 휘는 '플라스틱 도마' 위에서 아주 정밀한 요리(초미세 회로)를 해왔습니다. 유리기판은 이 도마를 '평평하고 단단한 유리 도마'로 바꾸는 것입니다. 도마가 평평하고 안 휘면, 훨씬 더 정교하고 촘촘하게 요리를 얹을 수 있습니다.

왜 지금 이 교체가 필요할까요? AI용 반도체가 점점 커지고 여러 칩을 한데 붙이는 방식으로 진화하면서, 기존 플라스틱 기판이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입니다. 크고 뜨거운 칩을 얹으면 기판이 휘고 열을 견디기 어려워지는데, 유리는 이 문제에 훨씬 강합니다.


② 무엇이 좋고, 무엇이 어려운가 — 한눈에 보는 핵심 차이

먼저 기존 FCBGA와 유리기판을 표로 비교해 보겠습니다.

구분 FCBGA (기존 유기 기판) 유리기판 (차세대 기판)

코어 소재 유기 플라스틱 (에폭시 수지 등) 유리(Glass)
표면 거칠기 비교적 거침 (미세 회로 구현에 한계) 매우 평탄함 (초미세 회로 가능)
열 변형(휨) 열에 약해 기판이 휘는 현상(Warpage) 발생 열팽창계수가 실리콘과 비슷해 휨 거의 없음
두께·전력 효율 상대적으로 두껍고 신호 손실이 큼 얇고 평탄해 신호 전달 빠름, 전력 소모 감소
인터포저 필요 여부 칩-기판 연결을 위해 실리콘 인터포저 필요 인터포저 없이 기판에 미세 회로 직접 구현(TGV)

왜 굳이 유리기판으로 넘어가려 할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초미세화·대형화의 한계를 넘기 위해서입니다.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휨(Warpage) 문제 해결. 반도체 칩은 실리콘(모래 성분)으로 만듭니다. 기존 FCBGA의 플라스틱 코어는 실리콘과 '열팽창계수'가 많이 달라서, 온도가 오르면 기판이 휘거나 칩과의 연결 부위가 끊어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반면 유리는 실리콘과 열팽창계수가 매우 비슷해, 뜨거워져도 거의 휘지 않습니다.

둘째, 실리콘 인터포저 대체(비용 절감). 기존 공정에서는 미세 회로를 잇기 위해 기판 위에 비싼 '실리콘 인터포저'를 중간 다리처럼 얹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유리기판은 표면이 극도로 평탄해 기판 자체에 미세 회로를 직접 그려 넣을 수 있어, 이 값비싼 중간 과정을 생략할 수 있습니다.

셋째, TGV(유리관통전극)를 통한 빠른 연결. 유리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전극을 잇는 TGV 기술을 쓰면, 기존 기판의 비아 구멍보다 훨씬 촘촘하고 빠르게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인터포저란? 칩과 기판의 아주 미세한 배선을 이어주려고 그 사이에 끼우는 '중간 연결판'입니다. 성능은 좋지만 비쌉니다. 유리기판은 이 중간판 없이도 회로를 직접 새길 수 있어 원가를 낮춥니다.

한마디로 FCBGA는 지금까지 잘 써왔고 대량 생산에 유리하지만, 고성능 AI 반도체처럼 칩을 빽빽하게 얹고 열이 많이 나는 환경에서는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유리기판은 그 한계를 깨려고 등장한 '게임 체인저'로, 더 얇고 전력 효율이 높으며 열에 강해 AI 시대 고성능 컴퓨팅(HPC)·서버용 칩 패키징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습니다.

그래도 넘어야 할 난제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유리는 단단하지만 잘 깨집니다(취성). 제조 공정에서 깨짐을 잡지 못하면 수율(양품 비율)이 떨어지고, 그러면 값이 비싸져 사업성이 흔들립니다. 특히 앞서 본 TGV 가공이 핵심 기술이자 최대 난관입니다. 유리기판의 성패는 결국 '깨지지 않게, 정확하게, 싸게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TGV(유리관통전극)란? 유리판 위아래로 신호가 흐르도록 유리에 아주 작은 구멍을 뚫고 그 안을 금속으로 채우는 기술입니다. 유리는 잘 깨지기 때문에, 이 미세한 구멍을 정밀하게 뚫는 장비와 공정이 이 산업의 승부처입니다.


③ 글로벌 진검승부 — 인텔이 앞서고, 삼성전기·SKC가 추격한다

유리기판은 지금 세계적인 주도권 경쟁이 벌어지는 무대입니다. 흐름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가장 앞서 깃발을 꽂은 곳은 인텔입니다. 2026년 유리기판 상용화 실물을 공개하며 선도 주자로 나섰습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기SKC(자회사 앱솔릭스)가 바짝 추격하며 'AI 패키징의 새 주도권'을 두고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대체로 2026년 시제품(샘플), 2027년 양산을 일정표로 봅니다. 즉 지금은 '상용화 직전'의 문턱에 서 있는 셈입니다.

이 일정표가 중요한 이유는, 유리기판이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두 해 안에 승부가 나기 시작하는 이야기'라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시장은 이미 관련 기업들의 주가에 기대를 상당히 반영해두고 있습니다. 기대가 먼저 움직이는 국면이라는 뜻이고, 이것이 뒤에서 말씀드릴 '테마주 위험'의 뿌리입니다.


④ 밸류체인 업체 총정리 — 제조·장비·소재로 나눠 본다

유리기판도 화장품·MLCC처럼 층으로 나눠 보면 지도가 선명해집니다. (아래 회사들의 사업 내용은 방향성 위주로 정리한 것으로, 실적과 밸류에이션은 각 사 공시·최신 리포트로 반드시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특히 이 분야는 '기대'가 주가를 이끄는 초기 단계라 변동성이 큽니다.)

1층. 제조·양산 — 유리기판을 직접 만드는 회사

  • SKC (011790) / 앱솔릭스(Absolics) — 국내에서 '세계 최초 양산'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거론되는 기업입니다. 미국 조지아에 공장을 세워 앞서갔고, 미국 반도체 기업에 시제품을 공급하며 상용화 문턱을 넘고 있습니다.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는 만큼, 성공 시 과실도 크지만 초기 투자 부담도 큰 구조입니다.
  • 삼성전기 (009150) — MLCC·FCBGA에서 쌓은 기판 기술을 바탕으로 유리기판에 도전하는 강력한 후보입니다. 파일럿 라인을 갖추고 삼성전자의 AI·HBM용 수요와 연결될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앞선 2편의 주인공이 여기서도 중심에 섭니다.
  • LG이노텍 (011070) — 기판 사업 확장의 연장선에서 유리기판 진입을 검토·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후발 주자입니다.

2층. 장비 — 유리를 뚫고, 자르고, 검사하는 회사(이 판의 진짜 승부처)

유리기판은 '만드는 회사'만큼 '만들 장비를 대는 회사'가 중요합니다. 특히 TGV 가공과 검사 장비가 핵심입니다.

  • 필옵틱스 (161580) — TGV 가공·싱귤레이션(자르기) 장비를 공급하는 대표 장비주로, SKC와 협력 관계로 자주 거론됩니다. 미세홀 가공의 핵심 장비주로 꼽힙니다.
  • 켐트로닉스 (089010) — 유리 미세홀 식각(TGV) 공정에서 삼성전기와 협력하는 것으로 거론됩니다. 원래 반도체·디스플레이 케미칼과 유리 식각(씬글라스) 기술을 보유한 회사입니다.
  • 이오테크닉스 (039030) — 레이저 가공 장비의 강자로, 유리에 구멍을 뚫는 레이저 드릴링에서 역할이 기대됩니다.
  • HB테크놀러지 (078150) — 유리기판 검사 장비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으며, 앱솔릭스향 검사 장비 수주 기대가 자주 언급됩니다.
  • 기가비스 (420770)·아바텍 (149950) — 기가비스는 기판 검사, 아바텍은 디스플레이 유리 식각 기술을 유리기판으로 확장하는 회사로 함께 거론됩니다.

3층. 소재·원장 — 유리 그 자체를 대는 회사

유리기판의 바탕이 되는 특수 유리 원장(원판)은 미국 코닝, 일본 AGC 같은 해외 소재 기업이 주도합니다. 국내 기업은 주로 이 원장을 받아 가공·양산하는 구조라, 소재 국산화가 향후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⑤ 그래서 냉정하게 — '테마'와 '실적'의 시차를 기억하자

이번 편은 앞선 두 편보다 위험 경고를 더 크게 적어야 합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유리기판은 아직 '돈을 버는 산업'이 아니라 '돈을 벌 것으로 기대되는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첫째, 실적이 아직 없습니다. 2027년 양산이 계획대로 진행돼야 매출이 붙기 시작하는데, 계획은 늦어지거나 어긋날 수 있습니다. 둘째, 기대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습니다. 좋은 뉴스 하나에 크게 오르고 작은 실망에 크게 빠지는, 변동성이 심한 국면입니다. 셋째, 수율이라는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깨짐을 잡아 싸게 만들지 못하면 상용화가 늦어집니다. 넷째, 주도권이 아직 안 정해졌습니다. 인텔·삼성전기·SKC 중 누가, 언제, 어떤 고객을 잡느냐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갈립니다.

그래서 저는 유리기판을 '지금 당장 베팅할 대상'이 아니라 '길게 지켜보며 공부해둘 대상'으로 대하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실적이 확인되기 전의 테마는, 이야기가 좋을 때 함께 달아올랐다가 검증의 순간에 크게 흔들리곤 합니다. 그 흔들림을 견디려면, 남의 말이 아니라 '2026년 샘플, 2027년 양산'이라는 일정표가 실제로 지켜지는지, 어느 회사가 어떤 고객에게 실제 납품을 시작하는지를 내 눈으로 확인해가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정리하면, 유리기판은 MLCC·기판 슈퍼사이클의 '현재'가 아니라 '미래'입니다. 화장품에서 헤어케어가 그랬듯, 지금의 주력이 무르익을 때를 대비해 미리 그려두는 다음 장의 밑그림인 셈입니다. 사흘의 휴장이 끝나고 시장이 다시 열리면, 오늘 공부해둔 이 지도가 뉴스 한 줄을 읽는 눈을 한결 밝혀줄 것입니다. 급하게 올라타기보다 천천히 이해해두는 것, 그것이 초기 테마를 대하는 가장 안전한 자세라고 저는 믿습니다.


3편 핵심 3줄 정리

  1. 유리기판은 플라스틱 기판(FCBGA)을 대체할 차세대 후보로, 발열·평탄도·대면적에서 앞서지만 취성(깨짐)과 TGV 가공이라는 난제를 안고 있습니다.
  2. 인텔이 앞서고 삼성전기·SKC(앱솔릭스)가 추격하는 구도이며, 업계는 2026년 샘플·2027년 양산을 일정표로 봅니다.
  3. 밸류체인은 제조(SKC·삼성전기·LG이노텍)·장비(필옵틱스·켐트로닉스·이오테크닉스·HB테크놀러지)·소재(코닝·AGC)로 나뉘지만, 아직 실적 전 단계라 기대가 주가를 이끄는 변동성 큰 테마라는 점을 반드시 유념해야 합니다.

오늘의 용어 정리

  • 유리기판(글라스 기판): 반도체 칩을 받치는 기판의 재료를 플라스틱에서 유리로 바꾼 차세대 기판.
  • FCBGA(유기 기판): 지금 널리 쓰는 플라스틱 계열 고성능 기판. 유리기판이 넘어서려는 대상입니다.
  • TGV(유리관통전극): 유리 위아래로 신호가 흐르도록 미세한 구멍을 뚫어 금속을 채우는 핵심 기술.
  • 인터포저: 칩과 기판의 미세 배선을 잇기 위해 사이에 끼우는 중간 연결판. 성능은 좋지만 비싸며, 유리기판은 이를 생략할 수 있습니다.
  • 워피지(Warpage)·열팽창계수: 열을 받으면 기판이 휘는 현상이 워피지이고, 열팽창계수는 온도에 따라 재료가 늘어나는 정도입니다. 유리는 이 값이 실리콘 칩과 비슷해 휨이 거의 없습니다.
  • 취성: 단단하지만 잘 깨지는 성질. 유리기판 수율의 최대 걸림돌입니다.
  • 수율: 만든 제품 중 양품(정상품)의 비율. 낮으면 값이 비싸져 상용화가 늦어집니다.
  • 앱솔릭스(Absolics): SKC의 자회사로, 미국에서 유리기판 양산을 앞서 준비하는 회사입니다.

참고 자료

  • 이코노미(kr.economy.ac) 「AI 최대 난제 발열 잡는 '유리기판', 글로벌 주도권 경쟁 분수령」
  • 테크월드 「'유리 기판 먼저 뚫는다'…SK·삼성전기, AI 패키징 주도권 진검승부」
  • 뷰어스 「[산업보고서] 유리기판 상용화, AI 반도체 패키징 경쟁의 새 분기점」
  • Mordor Intelligence 「유리 기판 시장 규모 및 점유율 전망」

이 글은 산업을 이해하기 위한 공부용 해설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특히 유리기판은 양산 전 초기 단계의 테마로, 실적이 확인되지 않아 주가 변동성이 매우 큽니다. 개별 기업의 사업 진척과 수치는 반드시 공시·최신 리포트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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