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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어떤 인재를 원하는가

world1000 2026. 1. 23.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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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코드를 짜주고, 보고서를 써주고, 분석까지 해주는 시대가 되었다. 예전에는 몇 시간 걸리던 일이 몇 분이면 끝난다. 이 변화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같은 질문을 한다. 앞으로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 무엇을 해야 살아남는가.

나는 여러 사람이 AI를 쓰는 모습을 지켜봐왔다. 같은 도구를 쓰는데 결과가 다른 경우를 숱하게 봤다. 그 차이를 보면서, AI 시대에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정리되었다.


기본에 충실한 사람

AI에게 "이거 분석해줘"라고 하면 답이 나온다. 코드도 나오고, 설명도 나오고, 해석도 나온다. 그럴듯하다. 그런데 그 답이 맞는지 어떻게 아는가.

AI가 회귀분석 결과를 줬다고 하자. p-value가 나오고, 계수가 나오고, R-squared가 나온다. AI는 "이 변수가 유의미한 영향을 미칩니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다중공선성 문제가 있으면 그 해석은 틀린 것이다. 잔차가 정규분포를 따르지 않으면 신뢰구간 자체가 의미 없는 것이다.

기본을 아는 사람은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이 분석에서 다중공선성 문제는 없어?" "잔차 분포 확인해줘." "이 가정이 위반되면 어떻게 돼?"

기본을 모르는 사람은 이런 질문을 할 수가 없다. AI가 준 답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검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AI의 답이 맞는지 틀린지 판단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라는 것이다. 그 판단을 하려면 기본기가 있어야 한다.

기본은 지루하다.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기본이 없으면 AI의 답 앞에서 무력해진다. AI 시대일수록 기본에 충실한 사람이 필요하다.


남들이 안 보는 것을 보는 사람

AI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같은 답이 나온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이 같은 도구를 쓰고 있다. 그러면 차별화는 어디서 오는가.

답을 얻는 능력이 아니다.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다.

"이 데이터 분석해줘"라고 하면 AI는 일반적인 분석을 해준다.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답이다. 하지만 "이 데이터에서 x=4 근처에 왜 이렇게 몰려 있지? 이게 정상이야?"라고 물으면 다른 대화가 시작된다.

그런데 이 질문은 어디서 나오는가. 데이터를 직접 봐야 나온다. 히스토그램을 그려서 보고, "어, 이상하다"라고 느껴야 나온다. AI는 이 "어, 이상하다"를 대신 느껴주지 않는다.

나는 같은 데이터를 받고도 완전히 다른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을 봤다. 그들의 공통점은 데이터를 직접 들여다본다는 것이었다. 화면에 뜬 그래프를 보고, 숫자를 읽고, "이게 뭐지?"라고 멈춰 섰다. 그 멈춤에서 질문이 나왔다. 그 질문이 남들과 다른 프롬프트가 되었다.

남들이 생각 못하는 것을 하려면, 남들이 안 보는 것을 봐야 한다. 그건 AI가 대신해줄 수 없는 영역이다.


질문하는 사람

프롬프트는 결국 질문이다. 좋은 프롬프트는 좋은 질문이다.

그런데 좋은 질문은 어디서 오는가. 두 가지가 만나야 한다. 기본기와 관찰이다.

기본기가 있으면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안다. 통계를 아는 사람은 가정 위반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도메인을 아는 사람은 현실에서 말이 안 되는 결과를 걸러낼 수 있다.

관찰이 있으면 "무엇이 이상한지"를 안다. 데이터를 본 사람은 분포가 예상과 다르다는 것을 눈치챈다. 그래프를 본 사람은 패턴이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 두 가지가 만나면 질문이 된다. "이 분포가 이상한데, 혹시 데이터 수집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거 아니야?" "이 변수가 유의미하게 나왔는데, 실제로 인과관계가 있는 거야, 아니면 다른 변수가 숨어 있는 거야?"

이런 질문은 AI가 대신 만들어주지 않는다. AI는 질문을 받는 쪽이지, 질문을 던지는 쪽이 아니다. 질문을 던지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는 질문하는 능력이다. 그리고 그 능력은 기본기와 관찰에서 나온다.


자기 말로 바꾸는 사람

AI가 답을 줬다. 그걸 그대로 가져가면 누구나 같은 결과물을 들고 온다. AI가 쓴 문장, AI가 쓴 표현, AI가 쓴 구조. 전부 비슷비슷하다.

나는 같은 AI를 쓰고도 완전히 다른 결과물을 내는 사람들을 봤다. 그들은 AI의 답을 그대로 쓰지 않았다. 자기 말로 바꿨다.

AI가 "P = V(x_cand)/V(x)"라고 썼을 때, 어떤 사람은 그대로 복사했다. 어떤 사람은 "이동 확률 P는 후보지의 가치를 현재 위치의 가치로 나눈 것이다"라고 바꿔 썼다. "후보지의 가치", "현재 위치의 가치"라는 말은 그 사람이 붙인 것이다.

이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크다. 기호를 그대로 쓰면 외운 것이다. 의미를 붙여서 바꾸면 이해한 것이다.

AI 시대에 "자기 말로 바꾸는 능력"이 왜 중요한가. AI가 생성한 콘텐츠는 넘쳐난다. 비슷비슷한 문장, 비슷비슷한 구조, 비슷비슷한 표현. 그 속에서 자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눈에 띈다. 자기 관점, 자기 해석, 자기 표현을 가진 사람이 살아남는다.


결국 무엇이 남는가

AI 시대에 어떤 인재를 원하는가. 나는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기본에 충실한 사람. AI의 답이 맞는지 틀린지 검증할 수 있는 사람. 화려한 기술보다 탄탄한 기본기를 가진 사람.

관찰하는 사람. 데이터를 직접 보고, "이게 뭐지?"라고 멈춰 서는 사람. AI가 대신 못하는 것을 하는 사람.

질문하는 사람. 남들이 안 물어보는 걸 물어보는 사람. 기본기와 관찰이 만나서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

자기 말로 바꾸는 사람. AI의 답을 자기 이해로 번역하는 사람. 비슷비슷한 결과물 속에서 자기 목소리를 가진 사람.

이 네 가지는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다. 연결되어 있다. 기본이 있어야 검증할 수 있고, 관찰이 있어야 질문이 나오고, 질문이 좋아야 좋은 답을 얻고, 그 답을 자기 말로 바꿔야 자기 것이 된다.

AI는 답을 준다. 하지만 질문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AI는 정보를 준다. 하지만 이해를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AI는 문장을 준다. 하지만 관점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결국 사람에게 남는 것은 질문하는 능력, 이해하는 능력, 자기 관점을 갖는 능력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시작은 기본이다. 기본에 충실한 것. 그것이 AI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