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흐릿해도 괜찮아저녁 무렵 할아버지와 산책을 나왔다. 걸음이 조금 불편하신 할아버지는 저녁마다 운동삼아 천천히 걸으신다. 벚꽃은 거의 다 졌고, 바닥에는 꽃잎이 얕게 쌓여 있었다. 한참을 걷다가 할아버지가 벤치에 조심스럽게 앉으시며 가쁜 숨을 몰아쉬셨다. 그러고는 한마디 툭 던지신다."너무 자기 자신을 못살게 하지 마라. 자기 자신을 달달 볶으면 사람이 힘들어져."뜬금없는 말씀에 나는 할아버지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 뒤편으로 지는 해의 따스한 햇살이 삐져나왔다. 할아버지는 내 손을 가만히 잡으시고는 한참 동안 말이 없으셨다. 꽃잎이 바람에 한두 장씩 떨어지는 것을 둘이 같이 보았다. 이윽고 할아버지가 천천히 입을 여셨다.한 착한 학자 이야기옛날 영국에 러셀이라는 학자가 있었다. 머리가 좋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