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흐릿해도 괜찮아저녁 무렵 할아버지와 산책을 나왔다. 걸음이 조금 불편하신 할아버지는 저녁마다 이렇게 천천히 걷는 것이 운동이시다. 벚꽃은 거의 다 져 간다. 간간이 흩뿌려지는 꽃잎이 봄눈 같다. 바닥에는 꽃잎이 얕게 쌓여 있었다. 한참을 걷다가 할아버지가 벤치에 조심스럽게 앉으시며 가쁜 숨을 몰아쉬셨다. 그러고는 한마디 툭 던지신다. "너무 자기 자신을 못살게 하지 마라. 자기 자신을 달달 볶으면 사람이 힘들어져." 나는 할아버지의 뜬금없는 말씀에 할아버지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 뒤편으로 지는 해의 따스한 햇살이 삐져나왔다. 할아버지는 대답 대신 빙긋 웃으시고는 한참 동안 말이 없으셨다. 꽃잎이 바람에 한두 장씩 떨어지는 것을 둘이 함께 바라보았다. "할아버지 제가 너무 빡빡하게 사는 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