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수학교육

6편. 기계가 만점을 받았습니다

world1000 2026. 8. 5. 09:00

6편. 기계가 만점을 받았습니다

연재 「당신도 모르는 수학 이야기 ― 수학이란 무엇인가」 · 6편

2026년 7월, 상하이에서 제67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가 열렸습니다.

세계에서 666명이 모였습니다. 스무 살이 넘으면 나설 수 없는 대회이니 모두 고등학생 나이의 아이들이었지요.

시험은 이틀에 걸쳐 치릅니다. 하루에 세 문제씩, 한 번에 네 시간 삼십 분이 주어져요. 그러니 문제 하나에 한 시간 반씩 쓰는 셈입니다. 한 문제가 7점이니 여섯 문제를 다 풀면 6 × 7, 곧 42점입니다.

그 666명 가운데 42점을 받은 사람은 일곱 명이었습니다. 백 명에 한 명꼴이네요.

그리고 그 일곱 곁에, 사람이 아닌 것이 나란히 섰습니다.

42점

화웨이의 셀리아와 샤오훙수의 dots-note-3.0이 각각 42점을 받았습니다.

조건은 이랬습니다. 두 회사는 사람 참가자들이 시험장을 나선 뒤에야 문제를 건네받았습니다. 두 모델은 정해진 시간 안에 답안을 내야 했고요. 샤오훙수는 시험이 진행되는 동안 어떤 형태의 사람 개입도 엄격히 금지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게 나온 답안을 대회 조직위원회가 직접 채점했고요.

이 대회의 공식 채점을 거쳐 기계가 만점을 받은 건 처음이라고 합니다.

3년

이것이 하루아침에 벌어진 일은 아닙니다.

2024년에는 은메달이었습니다. 28점, 금메달 기준에 한 점이 모자랐지요. 다만 그때는 조건이 달랐습니다. 사람이 문제를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형식 언어로 옮겨 주어야 했고, 한 문제에 며칠이 걸리기도 했으니까요.

2025년에는 금메달이었습니다. 여섯 문제 가운데 다섯을 풀어 35점을 얻었습니다. 이번에는 사람이 손을 보탤 일이 없었어요. 기계가 문제지를 그대로 읽고, 사람과 같은 네 시간 삼십 분 안에 증명을 써서 냈으니까요. 남은 하나는 여섯 번째 문제였고, 그해 참가자들에게도 유독 까다로운 문제였습니다.

2026년에는 풀지 못한 문제가 없었습니다.

28, 35, 42. 기계가 만점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3년입니다.

금메달은 절대 점수가 아닙니다

앞의 그림에서 주황색 선이 해마다 다릅니다. 2024년에는 29점이고 2025년에는 35점이지요. 왜 달라질까요?

국제수학올림피아드는 메달을 이렇게 나눕니다. 참가자의 절반쯤에게 메달을 주되, 금과 은과 동의 수를 대략 1대 2대 3으로 맞춥니다. 그러니 금메달은 참가자 열두 명에 한 명꼴이에요.

기준이 점수가 아니라 등수인 셈이죠. 그해 아이들이 잘 풀면 커트라인이 올라가고,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내려갑니다. 미리 정해 둔 점수가 아니거든요. 채점을 다 마친 뒤에 성적 분포를 보고 정하지요.

2025년의 35점은 이렇게 나온 수입니다.

7 + 7 + 7 + 7 + 7 + 0 = 35

다섯 문제를 풀고 여섯 번째를 못 푼 점수입니다. 그해 여섯 번째 문제가 유독 어려워서 상위권 성적표에 이 모양이 유독 많았고, 커트라인이 거기에 걸린 것이지요.

기계가 받은 35점이 정확히 그 점수입니다. 다섯을 풀고 하나를 남긴 것이니까요.

그러면 이런 말이 됩니다. 금메달이라는 말은 그해 사람들과 견주어야만 뜻을 가집니다. 같은 35점이라도 다른 해였다면 은메달이었을 수 있어요.

그런데 42점은 다릅니다. 만점에는 견줄 것이 없어요. 여섯 문제를 다 푼 것이고 그 위가 없으니까요. 2026년이 앞의 두 해와 다른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무엇을 세어야 하는가

42점이라고 다 같은 42점일까요?

비슷한 무렵에 다른 발표도 있었습니다. 벤처 투자자인 디디 다스가 자기가 만든 환경에서 모델 넷을 같은 문제로 돌려 봤더니 넷 다 42점이 나왔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쪽은 채점을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맡았어요. 다스 본인도 참고할 만한 결과일 뿐 공인된 것은 아니라고 못 박았고요.

공식 채점을 거친 점수와 스스로 매긴 점수는 다릅니다. 이 편에서 말하는 42점은 앞의 것이고요. 대회 조직위원회가 사람 답안과 같은 잣대로 매긴 점수입니다.

사소해 보이시죠? 그런데 채점이 다르면 같은 42점이 아닙니다.

대회 채점은 답안 하나를 두 사람이 따로 읽고, 서로 의견이 갈리면 조정 위원회로 넘깁니다. 문제마다 어디까지 몇 점인지 정한 기준표도 있고요. 증명에 구멍이 하나 있으면 7점이 1점이 됩니다.

인공지능이 채점하면 그 절차가 통째로 빠집니다. 게다가 증명을 읽고 판정하는 일은 증명을 쓰는 일만큼 어렵습니다. 그 채점기가 그 일을 해낼 수 있는지, 아무도 확인하지 않았고요.

그럴듯하게 쓰였지만 중간에 논리가 빠진 증명이 있다고 해 봅시다. 사람 채점자는 그 자리에서 멈추지만, 그럴듯한 글을 만드는 것이 특기인 채점기는 그냥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가르쳐 온 것

수학 교육을 말할 때 우리는 오랫동안 문제를 잘 푸는 능력을 목표로 삼아 왔습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 주어진 조건에서, 정답에 이르는 능력이요. 시험이 그 능력을 평가하고 학교가, 학원이 그걸 가르칩니다. 우리가 아이들한테 수년 동안 가르쳐 온 게 이겁니다.

그리고 바로 그 능력에서 기계가 가장 잘하는 아이들과 같은 자리에 섰습니다.

기계가 평균을 넘어선 것이 아닙니다. 666명 가운데 일곱 명이 오른 자리에 함께 오른 것이지요.

기계는 증명을 어떻게 쓸까요

그 기계는 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요?

예전 모델은 물음을 받으면 답을 곧장 내놓았습니다. 요즘은 다릅니다. 답을 내기 전에 생각을 길게 씁니다. 이렇게 해 보고 저렇게 해 보고, 막히면 되돌아가고, 다시 시작하지요. 그 과정을 다 적은 뒤에 마지막에 답을 냅니다. 그래서 추론 모델이라 부릅니다.

채점할 수 있는 것에만 상을 준다

그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방법이 강화학습입니다. 그런데 상을 어떻게 줄지가 문제예요. 글짓기라면 잘 썼는지를 누가 정할지부터 어렵습니다. 예전에는 사람이 매긴 선호를 따로 배우게 해서 그 잣대로 상을 줬습니다.

수학은 다릅니다. 답이 맞았는지를 규칙으로 판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 취향을 배울 필요 없이, 답을 맞혔으면 1, 틀렸으면 0을 주면 됩니다. 이 방식을 검증 가능한 보상(verifiable reward)이라 부릅니다.

이렇게 하는 데에는 까닭이 있습니다. 상 주는 잣대까지 기계가 배우게 하면, 기계가 그 잣대를 속이는 법을 익혀 버립니다. 답은 틀렸는데 상은 받아 가는 식이지요. 규칙으로 판정하면 속일 수가 없습니다.

여럿을 풀리고 서로 견준다

딥시크가 내놓은 GRPO라는 방법이 요즘 널리 쓰입니다. 한 문제를 한 번만 풀리는 게 아니라 여러 번 풀립니다. 그러고는 그 답들을 서로 견줍니다. 같은 문제를 여덟 번 풀렸는데 셋은 맞고 다섯은 틀렸다면, 맞은 셋 쪽으로 밀어 주고 틀린 다섯 쪽에서 물러섭니다.

여기서 나온 결과가 놀랍습니다. 딥시크가 사람이 손대지 않고 이 방식만으로 훈련한 모델이 있는데, 미국 수학 경시대회 문제를 푸는 성적이 15.6퍼센트에서 71퍼센트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시키지 않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훈련이 진행되면서 모델이 쓰는 글이 저절로 길어졌어요. 오래 생각하는 편이 낫다는 걸 스스로 알아낸 것이지요. 게다가 풀다가 멈추고 「잠깐, 다시 생각해 보자」 하며 되돌아가는 대목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하라고 가르친 적이 없는데요.

그런데 상은 결과만 봅니다

상은 결과를 보고 줍니다. 답이 맞으면 주고 틀리면 안 주지요. 가는 동안 적어 놓은 글은 채점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 글이 실제로 답을 만들어 냈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럴듯하게 적혀 있고 답도 맞는데, 정작 답은 다른 데서 나오고 글은 나중에 그럴싸하게 붙은 것일 수 있어요.

이걸 걸러 내려고 새 잣대가 나왔습니다. 답만 맞으면 되는 게 아니라 중간에 적어 놓은 것까지 맞아야 인정하는 방식이지요. 같은 모델이라도 이 잣대로 재면 성적이 달라집니다.

올림피아드 답안은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그건 사람 채점자가 읽고 만점을 준 글이니 논증이 어디서도 끊기지 않았다는 뜻이거든요. 다만 그 글과 기계 안에서 벌어진 일이 같은지는 채점으로 알 수 없습니다.

그러면 이해한 걸까요

앞 편에서 에셔를 보았습니다. 군이 무엇인지 끝내 모르면서 도표 열일곱 장으로 137장을 그린 사람이지요.

기계는 어떤가요?

기계가 내놓은 건 답이 아니라 증명입니다. 여러 쪽짜리 글이고요. 2025년에 답안을 살펴본 전직 메달리스트들은 그 증명이 명료하고 정확하며 따라가기 쉬웠다고 하더군요.

그러면 기계는 이해하고 쓴 걸까요? 아니면 에셔처럼, 이해 없이 규칙만 정확히 쓴 걸까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물음이 잘못 놓였을 수도 있어요. 이해했느냐를 묻는 대신, 무엇이 그것을 증명으로 만드는지를 물어야 하는지도요.


참고한 것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공식 규정 (메달 수와 등급 비율). imo-official.org

2026년 제67회 대회 결과에 관한 보도는 AFP 통신을 따랐습니다.

디디 다스의 자체 시험 결과는 2026년 7월에 본인이 공개한 것입니다.

강화학습 대목은 딥시크가 2025년에 낸 R1 논문과 그에 이은 연구들을 따랐습니다. GRPO는 같은 팀의 DeepSeekMath 논문에서 나온 방법입니다.

중간 과정까지 맞아야 맞혔다고 치는 잣대는 2025년에 제안된 CoT-Pass@K입니다.

반응형

'AI와 수학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5편. 에셔는 ........  (0) 2026.08.05
4편. 종이를 오리다 발견한 타일  (0) 2026.08.04
3편. 우리 문살에는 왜 오각형이 없을까  (0) 2026.08.02
1편. 틀린 질문  (0) 2026.07.30
1편. 하나, 둘, 셋과 1, 2, 3  (0) 2026.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