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메모리를 'PBR'이 아니라 'PER'로 본다 — 무엇을 지켜보고, 어디에 올라탈까 ②

world1000 2026. 7. 21. 06:27

이 글의 한 줄 요약 1편에서 메모리가 '경기 타는 부품'에서 '꾸준히 버는 성장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이 전환이 진짜인지 무엇으로 확인할까요? 이번 2편은 개인 투자자가 지켜볼 세 개의 창(케펙스·유동성·현물가)과 경쟁 구도, 그리고 종목 지도를 정리합니다.

1편의 결론은 "메모리의 이익이 꾸준해지고 있다"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큰 이야기는 자칫 희망 섞인 믿음으로 흐르기 쉽습니다. 그래서 이번 편에서는 그 믿음을 '검증'할 창들을 하나씩 열어 보겠습니다. (이 관점 역시 SK증권 한동희 애널리스트의 논의를 제 시각으로 재정리한 것입니다.)


① 진짜 봐야 할 것 — '케펙스의 크기'가 아니라 '지속성'

메모리 수요의 최종 뿌리는 미국 빅테크(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 즉 케펙스(CAPEX)입니다. 이들이 AI 데이터센터를 지으려고 GPU와 메모리를 사들이기 때문입니다. 그 규모는 4대 하이퍼스케일러 기준 올해 약 7,000억 달러에서 내년 1조 달러 이상으로 불어날 전망입니다.

최근 시장의 걱정은 "이렇게 많이 쓰는 게 체력이 되느냐"였습니다. 벌어들이는 현금(프리캐시플로우)을 넘어설 만큼 지출이 커지자, "돈이 마르면 투자를 멈추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것입니다. 여기에 대한 한동희 애널리스트의 답이 인상적입니다. 과거에는 현금이 마르면 6개월~1년쯤 버티다 투자를 멈췄지만, AI 투자는 멈추는 순간 곧바로 도태되는 시스템이라 스스로 멈추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 중요한 것은 '케펙스가 얼마나 늘었나(상향률)'가 아니라, 'AI 로드맵을 문제없이 이어가며 그 투자의 당위성을 효율(수익)으로 증명하고 있느냐'입니다. 그동안은 "케펙스는 무조건 늘어난다"가 믿음의 근거였다면, 이제는 "그 투자가 계속 지속될 수 있느냐"의 게임으로 넘어온 셈입니다.

 


② 유동성(금리)이라는 열쇠 — 물가가 내려오면 반도체가 웃는다

주식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결국 유동성, 즉 금리입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금리는 빅테크가 돈을 빌려 투자할 여력(케펙스 여력)을 좌우합니다. 둘째, 금리는 주식의 밸류에이션(멀티플) 자체를 끌어올리거나 끌어내립니다. 같은 이익을 내도 금리가 낮으면 더 높은 값을 인정받습니다.

그래서 최근 미국 물가지표가 예상보다 낮게 나와 금리 인상 기대가 식은 것은, 반도체에 분명한 호재입니다. 빅테크의 투자 여력도, 주식의 밸류에이션도 함께 숨통이 트이기 때문입니다. 개인 투자자라면 복잡한 반도체 뉴스에 앞서, '미국 물가와 금리가 어디로 가는가'를 큰 나침반으로 삼는 편이 오히려 마음이 편합니다.


③ '초과공급'의 진짜 신호는 어디서 확인하나 — 현물가와 GPU 렌탈가

가장 무서운 시나리오는 'AI 인프라 초과공급'입니다. 실제로 메타가 남는 컴퓨팅 파워를 클라우드로 돌린다는 소식에, "이제 GPU가 남아도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번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동희 애널리스트의 반론은 '말'이 아니라 '지표'에 근거합니다. 정말 초과공급이라면 GPU 대여 가격(렌탈 프라이스)이 떨어져야 하는데, 오히려 계속 오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메모리 현물가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2026년 2분기 D램 거래가는 31% 급등했고, 메모리 값이 70% 폭등하며 '완판' 행진이 이어졌습니다. 즉 초과공급을 가리키는 실제 지표는 아직 어디에도 없고, 몇몇 발언과 뉴스만으로 '공급 과잉'이라는 프레임을 고정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개인 투자자가 챙길 실전 교훈이 나옵니다. 남의 '해석'에 휘둘리지 말고, GPU 렌탈 가격과 D램 현물가·고정가라는 '숫자'를 직접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 두 지표가 꺾이기 시작할 때가 진짜 경계할 순간입니다.

현물가 vs 고정가란? 현물가는 그때그때 시장에서 즉시 거래되는 값(민감한 온도계), 고정가는 대형 고객과 분기 등으로 정해 파는 값입니다. 현물가가 먼저 움직여 방향을 알려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④ 엔비디아 독점과 경쟁 구도 — 파이가 커지는 한, 괜찮다

또 하나의 쟁점은 엔비디아의 독점이 흔들리느냐입니다. AI가 '학습'에서 '추론'으로 넘어가면서, "엔비디아 GPU가 없으면 AI도 없다"던 절대성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구글은 자체 칩(TPU)을 밀고, 업체들끼리 데이터센터에 금융까지 지원하며(밴더 파이낸싱)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다만 한동희 애널리스트는 여기서도 균형을 잡습니다. 엔비디아 점유율이 크게 떨어진다기보다, 시장 파이 자체가 커지는 속도를 함께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파이가 커지는 동안에는 경쟁이 심해져도 모두가 나눠 먹을 몫이 늘어납니다. 진짜 위험은 '시장이 더 이상 커지지 않기 시작할 때'입니다. 서로 얽혀 금융까지 주고받는 구조에서는, 파이가 줄기 시작하면 약한 고리 하나가 무너져도 연쇄 반응(체인 리액션)이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때가 오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장기 투자자의 숙제입니다.


⑤ 종목 지도 — 무엇을 보고 있어야 하나

큰 그림과 지표를 이해했다면, 이제 종목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SK하이닉스 (000660) — HBM 1위, LTA와 메가 프로젝트의 중심 AI용 고성능 메모리(HBM)의 선두주자로, 장기계약(LTA)과 SK그룹의 데이터센터 메가 프로젝트가 모두 관통하는 종목입니다. 증권가 목표주가는 380만 원대가 제시되며, 'HBM 고수익 장기화'가 그 근거로 꼽힙니다.

삼성전자 (005930) — 추격의 반전 카드 HBM에서는 SK하이닉스를 뒤쫓는 입장이지만, 차세대(HBM4E) 국면에서 점유율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습니다. 범용 D램 값 급등의 수혜도 큽니다. 다만 비메모리(파운드리) 적자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함께 봐야 합니다.

HBM 밸류체인(소부장) — 후방의 수혜주 HBM은 칩을 여러 층으로 쌓아 만드는데, 이때 쓰이는 장비(TC본더 등)를 대는 후방 기업들이 함께 큽니다. 대표적으로 한미반도체 같은 장비주가 거론되며, 영업이익률 50%대의 고수익이 주목받았습니다. 대장주가 흔들려도 실적으로 버티는 소부장을 선별하는 관점이 유효합니다.

정리하면, 저는 지금의 메모리를 이렇게 봅니다. 방향(수요)은 살아 있고, 초과공급을 가리키는 지표는 아직 없으며, 실적은 장기계약으로 다져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 모든 낙관의 밑바닥에는 '유동성(금리)'과 '빅테크 케펙스의 지속성'이라는 두 개의 큰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남의 목표주가 숫자를 좇기보다, 물가·금리, GPU 렌탈가, D램 현물가라는 몇 개의 나침반을 스스로 확인해가는 편이 이 변동성 큰 장을 오래 버티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오늘처럼 크게 흔들린 날일수록, '가격'이 아니라 '지표'를 보는 습관이 우리를 지켜줍니다.


2편 핵심 3줄 정리

  1. 이제 중요한 것은 빅테크 케펙스의 '크기'가 아니라 '지속성'이며, AI 투자는 멈추면 도태되는 구조라 쉽게 멈추기 어렵습니다.
  2. 초과공급이 진짜라면 GPU 렌탈가와 D램 현물가가 먼저 꺾여야 하는데, 오히려 2분기 D램 거래가는 31% 급등하는 등 그런 신호는 아직 없습니다. 개인은 이 '숫자'를 직접 봐야 합니다.
  3. 종목은 SK하이닉스(HBM·LTA)와 삼성전자(HBM 추격·범용 D램), 그리고 한미반도체 등 HBM 밸류체인으로 이어지지만, 모든 낙관의 전제는 '유동성(금리)'과 '케펙스 지속성'입니다.

오늘의 용어 정리

  • 케펙스(CAPEX): 미래를 위한 설비투자. AI 시대엔 대부분 데이터센터·반도체로 향해, 메모리 수요의 뿌리가 됩니다.
  • 프리캐시플로우(잉여현금흐름): 벌어들인 현금에서 투자를 빼고 남는 돈. 이것이 마르면 투자 지속성에 의문이 생깁니다.
  • 현물가 / 고정가: 현물가는 즉시 거래되는 민감한 값, 고정가는 대형 고객과 정해 파는 값. 방향을 먼저 알려주는 온도계입니다.
  • HBM: 여러 층으로 쌓아 만든 초고속 AI용 메모리. 아무나 못 만들어 진입 장벽이 높습니다.
  • TC본더: HBM을 만들 때 칩을 정밀하게 쌓아 붙이는 핵심 장비. 후방 소부장의 대표 품목입니다.
  • 밴더 파이낸싱: 부품·장비를 파는 쪽이 사는 쪽에 금융까지 지원하며 판을 키우는 방식. 경쟁 심화의 한 단면입니다.

참고 자료

  • 파이낸셜뉴스 「2Q D램 거래가 31% 급등…삼성전자 '실적 대박' 예고편?」
  • 테크월드 「2026년 2분기 메모리값 70% 폭등…삼성전자·SK하이닉스 완판 이어져」
  • 시사저널e 「삼성전자, 하반기 HBM 영토 커질 듯…비메모리는 적자행진 예상」
  • 유튜브: 채국장 — SK증권 한동희 애널리스트 편(2026년 7월)

이 글은 산업을 이해하기 위한 공부용 해설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실적·목표주가 수치는 증권사 추정치로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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