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빠한테 왜 내 아빠냐고 안 물어. 그냥 아빠지. 이유가 어디 있어. 자격을 따지지도 않고.그런데 이 자리가 흔들릴 때가 있어. 아빠가 할 일을 못 한다 싶을 때야. 돈을 못 벌어올 때, 뭘 해주지 못할 때. 그럴 때 아빠는 속으로 이래. 나는 쓸모없는 아빠구나. 여기에 함정이 있어. 아빠를 '할 일'로 매기기 시작하면, 그 일을 못 하는 순간 자리가 없어져 버리거든. 할 일을 못 하면 아빠도 아니게 되는 거야.자, 그럼 한번 상상을 해보자. 로봇이 그 일을 다 한다고 쳐. 돈을 벌어와. 학비를 내. 아침마다 준비물을 챙겨줘. 숙제도 봐줘.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고, 밥을 차려주고, 졸업식에도 대신 가줘. 사람 아빠보다 더 잘해. 지치지도 않고, 화도 안 내고, 깜빡하는 법도 없어.그런데 졸업식장을..